사회복지사는 과연 전문직인가?
1. 먼저 실천의 기반이 되는 사회복지학, 사회복지사 자격에 대해 언급하겠습니다.
심리, 부분적으로 경제, 법률, 사회학 등의 여러 과목을 겹쳐서 배우는 응용학문이라고 생가이 됩니다. 응용학이란 것 자체가 시대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자격제도 자체가 허술해서 대학 졸업만 아니라 평생교육원 1년 과정도 자격이 발급되다보니 (대학졸업이 필수가 아니라 과목 이수가 자격조건임) 자격증의 가치가 하락한 상태 입니다. 이는 90년대 초까지 인기없던 사회복지학과가 구제금융사태 이후 수요는 여전히 저열한 수준이었지만 정책적 기대감에 부응하여 인기학과로 떠올랐고 과잉공급에 따라 무분별하게 자격증을 남발. 여기엔 교수들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사이버, 평생교육과정을 통해 자기 밥그릇이 많아지는거니까요~ 이렇게 확대될 즈음에 저는 현장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사회복지사의 가치가 더욱 하락하겠구나 생각해서 반대를 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 보면 대학 졸업자나 자격과정 이수자나 현장에서 실력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ㅎㅎ 한 때 제가 근무했던 복지관에서는 사이버 과정은 실습을 안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습 담당을 하면서 오히려 이런 분들을 복지관으로 모셔서 더욱 실습을 잘 가르쳐야 전반적인 사회복지사 자격 과정이 건강해진다고 주장하며 열일 해봤지만 너무 많아서 이젠 뭐 공급과잉으로 자격의 질 관리는 무너진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2. 대학 교과과정과 실천철학에 관한 문제
예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사 한다면, 좋은 일 하는 사람, 착한사람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으로 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선입견이라 생각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상담, 조력, 중개자로서의 모습도 있지만(대부분 이런 실천을 하지요) 옹호, 지지 (소셜액션)의 역할도 있는데, 학교에서는 대체적으로 미시적으로 상담, 조력, 중개자로서의 모습만을 강조하며 가르쳐왔고요. 옹호, 지지와 관련한 사회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거나 우리 영역으로 생각치도 않았습니다. 그간 권위주의적인 국가 시스템에서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을 통해 사회운동 세력이 일찌감치 자기 자리를 잡았고 (민노총, 참여연대 등) 사회복지계는 묵묵히 좋은 일만 하면서 지내왔던 것이 패착이었다고 봅니다. 사회개혁 세력으로서 사회복지사가 진작부터 나섰더라면 사회복지사의 인식과 하는 일이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국기초 제정을 위한 훈동을 사회복지계가 적극적으로 했습니까? 94년 참여연대가 처음 시작한 것입니다. 자기 밥그릇 확보? 자기 영역 구축에 이렇게 미온적인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들입니다. 사회복지 역사가 어떤 역사 입니까. 자본의 무자비한 굴레를 깨가면서 이룩한 역사가 사회복지의 역사 입니다. 기본적으로 사회복지는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기제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자본의 굴레를 깨는 것도 우리의 몫 입니다. 즉 사회복지의 기본철학은 싸워서 이기는 복지를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천 철학은 대체로 미국식 개별사회사업에 치중하다보니,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피어났고, 이를 다시 건강하게 하는 것이 사회복지라는 거시적 철학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8/90년대 운동권의 자본주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민족경제론이나 뭐 이런 곳에서나 좀 언급됐었지만. 우리 내부에서 전문직으로 우뚝서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 입니다.
3. 사회복지 이론 자체에 대한 불신
저는 사회복지사가 자랑스럽습니다. 사회 속에 복지를 녹여내기 위한 고급기술과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거시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구조적 모순도 배울 수 있고, 미시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기술도 배우고, 참으로 전문직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이러한 전문직의 실천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려하지 않고 패배주의자적 모습으로 일을 합니다. 물론 현실이 급여가 낮아서 자조적인 '부부사 사회복지사면 수급자다' 이런 개소리를 하긴 합니다만 이게 어디 할 소리 입니까? 제가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이론과 현장은 다르다' 입니다. 이론과 현장이 다르다니요. 이건 이론을 모르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안해서 하는 소리 입니다.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이론은 상상속에서 나온게 아니라 축적된 실험이나 실천의 경험들이 쌓여 일관성이 있을 때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특히나 사회복지 이론은 300년 자본주의의 모순을 타파하며 눈물겹게 투쟁해온 민중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고, 또한 민주주의 발전의 틀과 같이하는 여러 정책들의 오류를 잡아가며 발전해온 민주주의&자본주의 역사와 괘를 같이 합니다. 저는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녹여 낼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배운대로 써먹어야 전문직이지요. 배운 것을 써먹지도 못하면서 왜 전문직인지 아닌지를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밥그릇을 차버린 웃긴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공제회가 출범하였습니다. 법정공제회로 10번째 이기에 사회복지계의 큰 자랑거리였습니다. 10만 회원 가입을 세팅으로 시작했는데 만명밖에 안됩니다. 공제회 상품으로 연이자 5.2% 상품이 나왔는데 가입자가 없어서 지금은 3%대 미만으로만 신규를 받습니다. 연이자 5%짜리가 어딨습니까? 복리증진을 위해 자리를 깔아줘도 이렇게 밥그릇을 차버리니 씁쓸합니다. 간호사협회에서 공제회를 출범해서 이런 상품 만들었으면 가입자가 너무 많아서 아마 상품 마감이 되지 싶습니다. 지금도 간호사 협회에서는 휴직 간호사들을 관리하며 구인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는거 아세요?
4. 너무 길어져서 잡설로 마무리
글쓰다보니 문제점을 고민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잡설로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전문직의 여러 기준이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여를 가장 우선으로 꼽습니다. 급여 부분에서는 전문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전문직이 어디 처음부터 너는 전문직종이야라고 자본주의 시장에 세팅을 해주는 건 아닙니다. 해당 직군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뤄낸 겁니다. 간호사도 처음엔 간호원이라 불렸습니다. 그 명칭 하나 바꾸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배운 지식은 전문적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전문직임을 부정해버리며 현장에 나가서 게을리 대처해버리니 -일은 열심히 하죠, 하지만 직군이 성장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엔 게을렀습니다. - 전문직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속도가 더딜 뿐입니다. 20년전을 생각해보면 지금 사회복지사는 위상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단지 속도가 느리기에 체감하지 못할 뿐입니다. 저는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 될 거라고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으로도 실천에 노력을 하고 있구요. 그럼 우리 회원의 공간이니 공무원은 어떤가?
공무원은 전문직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국가가 일정 기준을 갖춘 사람을 공채로 뽑아 헌법적 가치를 지향하며 대국민 업무를 수행하기에 보편적인 제너럴리스트라 하겠죠. 하지만 저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국가행정이 단선적일 때는 행정직으로 모든 일을 해냈습니다. 복지도 행정직이, 운전도 행정직이, 토목도, 건축도 모두~ 그러나 사회가 분화되면서 사회직의 전문 기술이 필요하기에 사회직은 신설하고 채용을 하는 것입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국가에서 사회직을 요구해서 채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안타까운게 행정직은 사회복지 자리에 배치 하는데 우리는 사회직 일만 한다는거죠. 우리를 어떻게 보길래... 공무원 하는 일이 누구나 거기 앉으면 다 한다~라는게 행정직 마인드입니다. 그러면 왜 사회직은 감사과나 총무과를 못 갑니까. 거기가서도 일 할 수 있지~ 어쨌든. 전문직의 급여, 차별성, 배타적 영역의 확보 등이 전문직 기준에 우선하다보니 당분간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라 인정받기는 어렵겠지만 저희는 지금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사회복지사 여러분. 저희는 공무원 + 사회복지사 입니다. 그냥 공무원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진 전문기술을 유감없이 쓰셔서 우리가 전문직의 위상을 높이는 씨앗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제 공무원된지 4년차 밖에 안됐습니다만 최선을 다해서 지지, 중개, 조력, 옹호를 주요 무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를 공개합니다. 약자로 보지 않고 나와 보통의 사람살이로 관계 맺는 주민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면 사실 제가 더 편합니다. 고객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스트레스 쌓입니다. 전문직의 기술을 떠나서 가장 기본의 보통의 사람살이, 상식으로 관계 맺는 일 입니다. OO 서비는 어디로 가보세요~라고 아니라 정보를 얻지 못하는 주민과 함께 갑니다. 같이 읍소해서 서비스를 더 잘 받을 수 있게, 규정이 안되서 못 받더라도 주민은 큰 힘을 얻습니다. 통반 담당이 되면 편지를 씁니다. 주민센터에 제가 담당입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자기 소개를 먼저 합니다. 관계로 시작하면 소위 진상인 분들도 상식선에서 보통의 관계로 변합니다. 아무튼~~~~ 썰이 좀 길었네요
복지관 일할 때 자신만의 실천 기술과 영역을 구축하라 후배들에게 늘 강조했습니다.
내일 내가 없는 일반 직장인이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전문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명감과 가치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반 직장인도 자기 일에 대한 사명감과 가치는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 전문직으로 빨리 발돋움 하려면, 개개인이 먼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부심을 가지는데 일이 재미없을리 있겠습니까? 자부심을 가지는데 자기 개발에 소홀할까요? 자부심을 가지는데 불평 불만에 안주하며 있겠습니까? 먼저 자부심,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와 사명감, 실천철학을 녹여내면 사회복지사만의 배타적 영역이 구축될 것이라 믿습니다.
참고로 저희 애들은 꿈이 사회복지사로 가닥 잡히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신나서 일했던 복지관 1층에 아이들 둘이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아빠의 신나는 모습. 아이들이 왜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결론. 밥을 지으려면 농사도 짓고, 수확도 하고, 쌀도 씻고, 밥도 얹혀서 기다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는데 사회복지사들은 농사도 안 지으면서 밥만 되길 기다리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사연 등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사들의 참여의지를 증거로 하겠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정회원율은 10%가 안됩니다~ (사회복지사 자격발급은 100만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공무원 포함 현장 사회복지사가 25만입니다.) 50%만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단합하면 세상이 바뀝니다. 그래서 한사연이 움직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신기철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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