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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병과 금기가 된 경제학자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송강호의 묵직한 연기로 박정희 정권 시절의 사회 분위기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그중 유독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설사병이 유행하는데, 그 병에 걸리면 경찰에 잡혀가는 장면이다. 당국은 철저한 감시를 당부하며, 주변 사람들을 신고하라고 독려한다. 그런데 그 병의 이름이 다름이 아닌 '마르구스 병'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곧바로 카를 마르크스를 떠올렸다. 카를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자인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사회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세계 경제학사의 한 축을 담당한 사상가다. 그의 《자본론》은 노동, 자본, 생산, 착취, 계급투쟁을 분석하며 현대 경제학과 사회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마르크스는 오랫동안 ‘금기어..

카테고리 없음 2025.04.13

문화 지체와 한국 사회복지의 자선 중심 문화

문화 지체는 물질문화의 변화 속도에 비해 비물질문화의 변화가 늦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기술이나 제도,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이에 따른 가치관, 규범, 인식 등 문화적 요소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부에서 여전히 복지는 자선의 연장선으로 인식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문화 지체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자선 중심의 복지 관행은 오늘날까지도 일부 사회복지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사회복지의 주요 목적은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고 전쟁고아, 소년소녀가장 등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회복지는 주로 민간의 자선과 종교단체, 외국 원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부이지만 아동시설에 라..

카테고리 없음 2025.04.13

기능론과 갈등론 양쪽 엔진으로 복지를

복지 정책이 확대될 때마다 ‘무상 복지’라는 단어는 뜨거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고, 누군가는 ‘권리’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복지의 의미와 방향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 속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이론적 틀은 그 논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열쇠가 된다. 그중에서도 기능론적 시각은 무상 복지의 확대를 단순한 시혜가 아닌, 사회 유지에 필요한 구조적 장치로 바라본다. 안정적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사회복지  기능론은 사회를 유기체에 비유한다. 각 부분은 전체의 안정을 위해 기능하며, 균형과 조화를 통해 사회를 유지한다. 이런 관점에서 무상 복지는 단지 약자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안정이라는 더 큰 목적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학교 무상급식은 모든..

카테고리 없음 2025.04.12

보편적 선별적 복지의 조화를 위해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 담론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김상곤 후보가 제안한 ‘전면 무상급식’은 복지의 보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뒤흔든 의제였다. 이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보편적 급식이 확대되며, 급식은 교육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상급식’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 선거 전략상 강한 호소력과 대중의 이해를 돕는 효과는 있었지만, 복지의 본질을 정확히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자선을 제외하고, 복지 서비스에 ‘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급식 비용은 누군가가 부담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는 바로 사회 전체다. 즉, 국민이 세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5.04.12

사회복지학 공부가 쉬울까요?

사회복지학이 맛있는 짬짜면이 되려면  조심스럽지만, 때때로 사회복지학을 사랑의 실천이나 봉사 정신에 기반한 학문으로만 인식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사랑과 봉사 정신은 사회복지 실천의 동기가 될 수 있을지언정, 학문으로서 사회복지학은 사회과학적 기반 위에서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좋은 일, 보람된 일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함은 실천의 동기이지 막상 접하면 사회복지학 공부가 어려울 때가 많다.  개인, 집단, 지역사회, 국가 제도까지 공부해야   사회복지학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문제를 둘러싼 가족, 조직, 지역사회, 국가의 구조와 제도를 함께 바라보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합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예..

카테고리 없음 2025.04.09

사회복지사가 좋은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유

사회복지사가 좋은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유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보람된 일이죠?” 사회복지사라면 꼭 한번은 들었을 말이다. 사회복지사라면 항상 듣는 말이다. 옆집 한국철도공사, 윗집 건설노동자, 아랫집 병원 사무직, 한 칸 건너 옆집 합기도 관장님, 베란다서 보이는 관리소 직원들 퇴근길의 버스 기사님, 이 책을 보는 당신의 부모님, 형제자매, 지인의 직업, 모든 사람이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을 하고 퇴근했다. 불법을 제외하고 모든 직업은 모든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이다. 유독 사회복지사에게 좋은 일을 말하는 것은 가혹하게 얘기하면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한 관찰자적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동시대인으로 살아야  사람은 타인의..

사회복지 일기 2025.04.09

국민 자격증 사회복지사의 웃을 수 없는 현실

요즘 인터넷에서 ‘노후 유망 자격증’을 검색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평생교육 사이트에서도 쉽게 관련 과정을 찾을 수 있고, 웬만한 대학에는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사회복지사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직업으로서 알려져 있고, 사회복지학과는 진학 희망 학과로도 널리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던 1995년의 상황은 지금과는 달랐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영문학과를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1994년을 말 그대로 한량처럼 보내며 입시를 놓쳐버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전문대학의 사회복지과 진학을 권유하셨다. 당시 전문대학에는 경영과, 행정과, 법과 등이 있었고, 선생님은 사회복지과를 그저 4년제 사회학과의 전문대 버전쯤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

사회복지 일기 2025.04.09

사회복지 빈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대적 인식

중세 시대의 약자 경제적 관점에서 약자를 정의 내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빈곤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에서 행하는 일들은 경제적 약자인 빈민들을 돕는 일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봉건주의 시대에 농노들은 지금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부를 온전히 자기가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태와 방종 등에 엄격했던 중세 기독교의 금욕에 가까운 노동 윤리는 영주의 부만 축적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빈곤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신분제 사회에 걸맞게 주어진 숙명처럼 여기며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를 축적했다고 신분이 바뀌지 않는 폐쇄적인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약자인 농노는 그 시절에 신분제 사회를 공고히 지키기 위한 최하위 단계로서 오로지 신분제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

카테고리 없음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