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일기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단상

시골공무원 2021. 10. 1. 16:33

폐지줍는 노인이 고유명사화 될 사회

내가 사는 새절역 인근에는 아침 까지 술을 먹는 열혈 청년들이 넘쳐난다. 새벽 6시 출근길에 나서면 그 시간까지 술 먹는 청년들과 광고지를 줍는 노인들. 그들 서로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한 공간에 공존한다. 앞으로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청년 세대와 평생 일해도 또 일 해야하는 노인 세대. 동일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서로 다른 세대가 애써 외면하면서도 자네들이 내 과거였고, 내가 자네들의 미래일지도 모를 기시감을 느끼진 않을까?

노후 보장되면 출산율 올라가

저출산 때문에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어쩌면 출발선 보다는 종점에 더 공을 들여야 출발이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결국 종점에 다랐을 때 불안한 노후와 종점에 다다르기까지 거쳐야 할 무한한 사회적 위험-교육, 의료, 주거, 고용-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기저귀나 분유값 정도 해결해준다고 출산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결국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이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상으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까? 폐지 줍는 노인을 고유명사처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 사회가 노후 준비는 결국 개개인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뤄야 하는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꼴이다. 평생을 일하고 또 폐지를 줍는 이런 불합리한 사회 현상에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노인문제 적극적 대처가 우리의 미래다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이 결국 빈곤의 굴레를 감당해야하는 것은 자본주의 정점에 이른 부국의 시대에 정의롭지 못한 생각이다. 노인이 행복해지면 지금의 우리도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더 창조적인 일들을 찾아 나서서 청년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야 어차피 기여에 대한 보상이니 미가입자까지 어떻게 하진 못하겠지만 연금이라하기에도 무색한 용돈 기초연금의 현실적 인상을 통해 노인의 최소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내일의 우리도 행복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지가 과하면 사람이 게을러진다하는데 그건 동물에나 해당되는 소리다.

인간은 유전학적으로 환경을 극복하며 창조적 자아실현의 기제를 표출했기 때문에 문명을 꽃 피우고 자연계의 갑 오브 갑이 되었다. 그러나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며 창조적 자아를 실현하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짐승에게 계속 먹이만 준다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겠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문명을 꽃피울 재능을 준비하는 것이 인간이다. 노인의 현 상황은 우리의 미래다. 더 이상 묘한 기시감만 느끼지말고 현실감 있게 지금의 문제에 세대 없이 동참해서 고민하자.

[출처] 사회복지공무원일기 - 폐지줍는 노인에 대해|작성자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