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일기

사회복지사 전문직 논쟁, 사회복지사 전문직인가?

시골공무원 2021. 12. 2. 17:24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인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할 때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이라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과연 사회복지사는 전문직인가? 먼저 전문직종이란 것이 통상 어떻게 이해되는지 알아야 한다.

 

첫째, 전문직은 직업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거쳐 고도의 작업을 행함으로 타인이 이를 대체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업무에 있어 배타적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배타적 영역이 존재하기 위해 의사나 변호사처럼 업무를 수행하는 이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셋째, 일정 수준의 훈련과 교육을 통해 예컨대 4년제 대학 이상처럼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개인의 실력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셋째, 공인된 능력이 사회적으로 가치와 필요성이 높아야 한다. 시장 논리에 의해 말하긴 그렇지만 희소한 가치와 사회적으로 많은 수요가 있을수록 전문직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전문직은 윤리강령이 존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수요 즉, 필요로 한 곳은 많아야 하고 공급은 적을수록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희소하니 급여가 높고, 급여가 높으니 많은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배타적 영역은 있는가?

사회복지사의 배타적 영역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 시민들의 사회참여가 많아지면서 자원봉사활동과 사회복지사의 업무 영역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국가에서 지정한 고유한 사회복지사의 업무 영역이 존재한다. 사회복지공무원과 민간위탁을 통해 국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복지기관 들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사회복지사의 고유한, 배타적 영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일정 수준의 훈련과 교육과정, 희소한 가치가 있는가?

사회복지사 어떨까요? 저는 이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 2000년 중반 이후 사이버대학과 평생학습원에서 필수과목 이수하고 실습을 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발급한다.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 학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과목 이수제로 하니 사이버대학은 차지하고서라도 대학 졸업자의 경우 1년 만에 과목만 이수해도 자격을 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취업 문턱이 쉽지 않기에 자격의 질이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쉽게 딸 수 있는 국가 자격증이란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됐다. 대학 교수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사이버 과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좋은 점은 사회복지의 저변 확대에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문직 논쟁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공급 과잉의 폐해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과정으로 자격 취득한 사람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복지관에 근무할 때 사이버 과정생들은 실습을 받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분들을 실습 교육이 잘 갖춰진 복지관 같은 곳에서 더 잘 배워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드려야 한다. 그 것이 사회복지사 자격의 질을 높이는데 최소한의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습마저도 소위 야매로 해대면 그 땐 정말 사회복지사 자격의 질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사회복지사의 교육 훈련 수준은 초창기 보다 더 악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100만 사회복지사 시대가 되버려 희소성과 사회적 가치를 논하기엔 어려운 시점이 된 것 같다.

 

사회복지사의 교육 과정에 대해 첨언

사회복지사의 교과목을 살펴보면 사회적 현상(사회복지정책, 발달사, 노인, 청소년 등 인구학적 요보호자에 대한 각론)과 대인 서비스를 위한 기술(사회복지 실천기술론,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등)을 배우고 있다. 소위 사회학과 심리학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고급 학문은 아니더라도 개략적으로 사회문제와 대응 방법을 배우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회문제와 현상에 대한 공부 또는 학교 현장의 교육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구호 중심의 절대빈곤에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빈곤의 시대로 전환 된지 오래지만 아직도 사회복지학도가 공공복지 정책의 확대는 감정적으로 반대하는 이가 많다는 것은 불평등과 같은 오래 된 사회복지 문제에 대한 접근과 고민이 학교 현장에서도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가령 사회복지학과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사회복지의 뿌리가 자본주의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 정책과 발달사에서 사회복지 이념의 분류 정도로만 가르치고 넘어가니 지금 시대와는 좀 맞지 않고 사회복지사의 사회참여가 유독 적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문직이 되고자 한다면 격변하는 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회참여와 여론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가만 앉아서 전문직이 될래요 한다면 누가 인정하겠는가? 1994년 국기초 제정 운동에 참여연대가 주도한 점은 사회복지사의 사회참여와 주도가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회복지사 전문직 윤리강령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1973년 윤리강령을 결의하여 1982년에 제정, 20013차 개정을 통해 한국사회복지사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있다. 이 윤리 강령에는 전문가로서의 자세와 전문성 개발을 위한 노력, 당사자와 동료 사회에 대한 윤리 기준 등 뭐 그럴듯하게 잘 되어 있다. 전문직에 윤리강령이 있는 이유는 높은 사회적 수요와 전문직이 행하는 일이 다수의 공공에 이익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매사 신중을 기하여 불편부당한 일을 끼치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이 사회복지사인 나조차

잘 모르는 또는 관심이 없는 이유는 우리 하는 일이 결국 사회적으로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복지 당사자에게 불편부당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개인적 실천 수준에서 사회복지사로서 명예를 지키며 일하고 있으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각 개인이 실천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전문직은 높은 소득이 격무를 대체할 수 있지만 사회복지사는 저임금에도 각 개인의 실천 역량으로 격무를 버티고 있으니 현장을 떠나면서 내 능력이 부족 했다는 자괴감을 가질까 걱정이다.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 되려면?

사회복지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교육 훈련 수준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고, 자격취득 또한 1급 시험제도가 생겼음에도 무색해질 만큼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아직까지 소위 좋은 일하는 사람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함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 자격제도가 쉬워졌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를 알게 되었고 개개인 사회복지사가 여전히 지역에서 좋은 사람으로 많이 인정받고 있다. 내가 퇴직하기 전까지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으로 신분상승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공공복리를 추구하며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이 되기 위한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회복지사는 사회를 잘 알아야 한다. 자원봉사자는 내 삶의 영역에서 품을 조금 나눠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사회를 통해 복지를 이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사회문제와 그 근원에 대해 인식하고 실천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자본주의의 폐해로 인해 등장한 사회복지가 자본주의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알아야 빈곤에 대한 관점을 넓힐 수 있다. 협의적 빈곤관은 빈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하며 이는 실천 현장에서 복지 당사자에 대한 관점과 실천 방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도 사회를 넓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만의 실천 관점이 공식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로서 자기개발과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어느 직업이든지 처음부터 전문성을 인정받고 우뚝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사도 조선시대에는 중인 아니었던가? 하하 시대상으로 말하긴 좀 그렇다만 아무튼 사회복지사가 전문직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현직에 있는 자들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기개발에 매진해야하고 사회참여를 많이 하여 사회복지사가 우리 사회의 이슈를 이끌어 가는 리더라는 것을 각인 시켜야 한다. 11정당 1시민단체를 가입하여 활동하든지 아니면 지역마다 사회복지사 모임을 규모화 하여 이익집단 또는 정치집단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개개인 사회복지사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여 이슈를 선점하고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전문직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셋째, 선배들이 가치 있게 일하며 오래 버텨줘야 한다.

이직이 높거나 해고가 잘 되는 직업이 전문직이 될리 만무하다. 90년대만해도 사회복지사의 이직이 높고 해고도 쉽게 있었다. 그런 직업에 매리트를 느낄 사람은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민간분야의 사회복지사도 고용이 점점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 현업에서 오래 일해주는 사회복지사 선배들이 많이 있어줘야 한다. 물론 밥그릇이 제한되어 있어 후배들의 밥 그릇을 뺏게 되는 총량법칙의 함정에도 빠지게 되지만 어쨌든 라인 워커에서 시작하여 관리자 까지 올라가는 선배들이 많이 있어야 우리 일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넷째, 사회복지사만의 고유한 키워드를 구축해야한다.

의사=사람을 치료하는 고소득자. 전문인/ 변호사 = 볍률 전문가 / 세무사 = 세무 전문가 / 사회복지사 = 착한 일 하는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 사회복지사를 한 마디로 대변하는 키워드가 아직은 약하다. 나는 그래서 사회복지사 =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 다음 키워드를 나도 아직 생각해본 적 없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란 인식이 먼저 박혀야 한다. 좋은 일 하는 사람 착한 사람 키워드로 전문직으로 가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