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무원일기] 사회복지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야 할까?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땐 바쁘고 중한 업무를 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업무처리용 또는 부자들의 전용물이었다. 하지만 오늘 날 휴대전화는 사람과 사람 간 소통을 위한 필수 도구다. 마치 언어가 발달하여 소통이 이뤄진 진화의 이치와 같다.
사회복지 현장은? 업무용 휴대전화를 많이 비치하여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업무용 휴대전화가 본격 도입되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물으면 직원 개인정보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를 위한 필수품이 된 마당에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하니 주민의 기분은 어떨까? 극단적으로는 “내가 무슨 나쁜 사람인가? 소통하고 관계하려는데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들은 주민들의 번호를 시스템에 저장해놓고 다 알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소통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전화하지만 주민이 소통하고 싶을 땐 사무실 번호로 전화하라고 한다. 강성 민원인이 가끔 주말 밤낮 없이 전화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또한 경험에 의하면 사람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잘 맺으면 사람의 마땅한 도리로서 늦은 밤에는 전화하지 않는다. 사회복지 실천기술 운운 하는데 우리가 그 기술을 얼마나 잘 알고 쓰고 있는가? 보통의 사람들이 관계하고 소통하듯 지내면 된다.
내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휴대전화를 복지 당사자인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라포를 형성하겠다고? 뭔가 작은 불편함이 나를 감싼다. 20년째 사회복지사로 살며 전화번호 다 공개했지만 불편하고 우려스러운 일은 아직 없었다. 주민들도 알 것이다. 개인 번호를 가르쳐 준 사회복지사와 업무 전화기로만 소통하는 사회복지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한 편 여직원 같은 경우엔 악의적인 문자와 전화로 불상사를 겪는 것을 본 적도 있어 무조건 위의 의견이 옳다고만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내 경우에는 이렇게 주민들과 보통의 사람들처럼 예를 잘 갖추고 잘 들어주고 잘 상의하니 특별한 사회복지 실천 기술 없이도 무난하게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것 같다.
길안면사무소 김신기철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