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직 공무원에 대한 잡설. 공무원 이야기
<지방직 행정,복지 공무원에 대한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쓴 개인 의견입니다. 따라서 본문에 지칭하는 공무원은 지방직 행정, 복지 등의 일반직 공무원을 말합니다. >
공무원
사전에는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 을 공무원이라고 한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 단체의 업무란 무엇인가? 사회 구성원들 즉 주민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국가의 제반 업무를 관장하여 공공 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다양한 영어 뜻이 있지만 특히나 나는 시민에 봉사한다는 civil servant란 단어를 좋아한다.
권위주의 엘리트에서 고속성장의 하부조직으로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면 국가가 수립될 당시인 해방 공간에서는 글쓰고 읽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공무원은 식자층에 속하는 편이었고 권위주의 국가 시스템 안에서 엘리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거치며 권위주의 국가의 엘리트로 성장한 공무원들은 제한된 정보를 가진 알량한 힘을 가지고 개인의 부와 권력을 누렸겠지만 . 말단 공무원들의 삶이야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는 없었다. 물론 부정부패에 관해서는 말단에서 고위층까지 한 마음 한 몸으로 해먹던 시절이긴 했다. 무튼 올라가서 성공할 놈 성공하고 그래도 묵묵하게 일하던 말단 오브 말단은 또 그렇게 살아가던 시절이었지만 호황을 맞이하는 80년대 들어서며 공무원의 인기도 그닥 재미 없던 시기가 오게 된다.
고졸은 9급, 대졸은 7급 시험 치던 시절
70년대까지는 관료를 통해 엘리트로 성장하고 중산층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면 고속성장의 정점을 찍던 80년대 들어서면서 직업으로서 공무원의 매력은 지금처럼 높지는 않았다. 완전고용을 눈 앞에 둔 것처럼 보였던 80년대 유래없는 호황으로 여기저기 취업이 뚝딱 뚝딱 되던 시절. 주식, 부동산, 장사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외엔 돈을 어디라도 쓰면 다 벌던 시절이었다. 공무원 초봉이 10만원을 조금 넘던 시절이니 누가 공무원을 하겠오~!! 80년대 학번이었던 누나 대학생 시절을 보면 대학을 가지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특별한 기술이 없었으나 그래도 좀 부지런했던 사람들이 공무원 9급 시험 준비한다고 도서관을 다녔고 대학 졸업한 이 중 취업이 안된 사람이 7급 공무원을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시절엔 공무원 하다가 그만 둔 사람도 많았다.
1970년 대 9급 1호봉 수당포함 3만 4천원
중소기업 15만원 대기업 25-30만원
87년 사회복지공무원 1호가 7급 별정직
그러다보니 공무원 조직을 조금씩 확대해갈 때 별도로 시험 없이 별정직으로 사람을 뽑는 경우도 허다했다. 사회복지전문요원 지금의 사회복지직을 선발할 때 1987년 별정 7급으로 필기시험 없이 면접으로 뽑았으니 공무원의 인기가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7급부터 시작했지만 별정직이라 진급이 안되었고 아직 사회복지직의 전문성이 확고한 때가 아니라 무시 당하기도 일쑤여서 그 때 들어간 선배들 중 그만 둔 사람들이 많았고 , 인고의 세월을 버틴 이들은 아마도 지금 4급 국장, 5급 사무관으로 퇴직또는 현직에서 최 정점을 찍고 있지 않을까?
[1975년 10월 21일 응암1동사무소 준공]
<출처 : 서울특별시 서울사진아카이브>
관공서에서 큰 소리 못 치던 시절
무슨일을 하든 공무원보다 더 잘 벌던 시절이니 공무원은 참 인기가 없긴 없었다. 그래도 어떤 직업군이 안 좋은점만 다 있으면 어떻게 근무하랴. 공 국민연금 없던 시절까지는 공무원의 마지막 매력이 바로 연금이었으니 그나마도 좀 나았던게 아닐까? 물론 진정한 위너는 80년대 입직하여 IMF에서 살아남고 공무원 처우가 개선되는 것을 겪으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전에 퇴직한 자라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긴하다. 사진은 은평구 응암1동사무소인데 이제는 저 건물이 없겠지? 마포에서 근무하며 응암3동에 1년 남짓 살았기에 아련한 기억으로 추억 다스려 본다. 요즘 공무원 가장 큰 고충 사항 중 하나가 소위 '진상 민원'이다. 저 시절에도 진상이야 있었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만 기억해봐도 확실히 관공서에서 큰 소리치던 시절은 아니었다. 파출소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있던 방범대원도 동네에서는 순경급의 파워를 발휘했었고 80년초반까지 이른 바 '삼청교육대'의 무시무시한 기억이 남아있던 시기라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반민주적인 독재국가의 전형이었기에 그 때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근무여건이야 뭐 당연히 지금보다 안 좋지만 소위 말하는 진상민원만 생각해본다면 지금보다는 참...근무하기는 좋았겠다 싶다.
공노비로 살아온 전통이 굳어지다
공무원을 흔히 공노비라 부른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이 독재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던 하부조직이었다보니 철저히 통제되고 획일화된 공직 구조를 가졌고 그 안에서 살아온 세월 때문인지 공무원의 공노비화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다보니 공무원 노조의 설립에 많은 애를 먹은 것이다. 아직까지 군인, 소방, 경찰은 노조가 없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공무원도 직 이전에 민주사회의 일원으로 한 시민이다. 시민이 노동을 하면서 찾아야할 권리는 공무원에게 아직 요원한 얘기다. '공무원이, 군인이, 경찰이 무슨 노조냐?' 모든 직업을 가지기 전에 모두는 시민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시민의 권리 위에 직업도 자유도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독재의 잔여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
[출처] 지방직 공무원에 대한 잡설 첫번째 이야기|작성자 김작가